한양대역 헌혈의 집 방문한 기자들


지난 2009년 3월, 인터넷한양(현재 뉴스H) 기사엔 '70일의 기적, 헌혈 나눔 대축제는 순항 중'이란 기사가 실렸다. 개교 70주년을 맞아 실시했던 헌혈 대축제에 대한 기사였다. 당시 우리대학은 ‘최장 행사기간 70일’, ‘단일기관 헌혈자 5,833명’, ‘1일 최대 헌혈기록 729명’이란 3가지 기록을 달성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올해, 메르스의 유행과 헌혈 괴담의 확산으로 헌혈량이 급감했고 뉴스에서는 연일 '혈액 재고량 부족'이란 소식을 전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한양대, 헌혈 통해 몸소 사랑 실천'과 같은 기사를 작성할 수 있길 기대하며, 뉴스H 기자들이 직접 헌혈센터를 방문했다. 헌혈에 대한 여러 궁금증을 해소할 수 있는 자리였다.
 
▲ 왼쪽부터 헌혈체험에 참가한 이상호, 배윤경, 오상훈, 이재오, 문하나, 곽민해, 박성배 기자

일곱 명 중 세 명만이 가능했던 헌혈

지난 22일 자발적으로 헌혈에 도전해 보고 싶다는 일곱 명의 기자들이 한양대역 헌혈의 집에 모였다. 헌혈 과정은 전자 문진, 헌혈 상담, 헌혈이란 세 단계를 거치며 각 단계에서 불가능한 이들을 가려낸다. 가장 먼저 전자 문진이 진행됐다. 헌혈 금지 약물 복용 여부, 헌혈 금지 지역 방문 여부 등을 가려내는 과정이다. 하나라도 해당 사항이 있다면 아무리 '좋은 의도'를 갖고 왔더라도 대상자에서 제외되는 것이 원칙. 이 단게에서만 2명이 불가 판정을 받았다. 한 사람은 태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약물 복용을 이유로, 다른 한 사람은 최근 여행을 다녀오며 헌혈 금지 지역에 체류했단 이유다. “건강하기만 하면 누구나 가능한 줄 알았는데, 저희가 헌혈 대상에서 제외될 줄은 몰랐어요." 
▲ 헌혈의 집을 방문하면 가장 먼저 해야하는 것이 '전자 문진'이다. 문진 내용 중 하나라도 해당 사항이 있으면 헌혈을 실시할 수 없다. 

다음은 헌혈상담. 간호사와 1:1 면담을 통해 헌혈자의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약간의 피를 뽑아 혈액형을 확인한다. 여기서도 두 명의 탈락자가 발생했다. 1:1 면담에서 불가 판정을 받았던 것.

“어젯밤에 과음 하셨다고요?”
“네. 술자리를 피할 수가 없어서 좀 마셨어요.”

“4시간도 못 주무셨다고요?”

“네. 어제 마감이 겹쳐서 잠을 못 잤습니다.”

“전날 4시간 이상의 숙면을 취하신 다음 헌혈이 가능하시고, 음주 후 최소 24시간이 지나야 합니다. 헌혈하시는 분 몸에도 무리가 가고 수혈자에게도 좋지 않아요.”
 
▲ 전자 문진이 끈난 뒤에는 간호사와의 1:1 면담을 통해 헌혈자의 구체적인 건강 상태를 체크한다. 

결국 헌혈 의자에 앉은 것은 7명 중 3명. 넓고 긴 의자에 누우면 헌혈의 집 간호사들이 어떤 헌혈을 진행할 것인지 묻는다. “‘전혈 헌혈’, ‘혈장성분 헌혈’, ‘혈소판성분 헌혈’ 중 하나를 선택하시면 됩니다. 전혈 헌혈은 말그대로 혈액 전체를, 혈장성분 헌혈은 백혈구와 전해질 등의 혈장만을 채취하고 나머지 성분은 다시 체내로 들여보냅니다. 혈소판성분 헌혈도 마찬가지로 혈소판만 채취하게 돼요. 결정하시면 말씀주세요.”

선택은 헌혈자의 몫이다. 한 가지 유의점이 있다면 전혈헌혈의 경우 두 달에 한 번만 가능하고, 다른 헌혈의 경우 2주에 한 번 가능하다는 것.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헌혈을 할 일이 있다면 성분헌혈 쪽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세 명의 헌혈자 중 두 명이 전혈 헌혈을, 한 명이 성분 헌혈을 선택했다.


헌혈 "해보니까 별거 아냐"


전혈헌혈에 걸리는 시간은 문진 등의 전 과정을 포함해 30분 정도다. 공강 시간에 들러서 헌혈을 하는 것도 가능할 정도로 짧은 시간. 반면 성분 헌혈은 50분 정도가, 혈소판성분 헌혈은 조금 더 긴 60분 정도가 걸린다. 세 명의 헌혈자 중 처음 헌혈을 해본다는 이상호 기자의 소감을 들어봤다. “헌혈에 대해서 정확한 정보를 들은 적이 없어서 찾아오는 게 망설여졌어요. 그런데 바늘이 좀 크고 긴 것 빼고는 정말 아무것도 아니네요(웃음).” 실제로도 그의 표정은 차분했다.
▲ 이상호 기자가 생애 첫 헌혈을 실시하고 있다. "생각보다 어려운 게 아니었다"는 소감을 전했다. 

7분 정도 흐르자 400ml의 혈액 패드가 가득 찼다는 알람이 울렸다. “바늘 들어갔던 부분을 꾹 눌러 주셔야 멍이 들지 않고요. 샤워는 괜찮지만 오늘 목욕은 삼가주세요. 지혈 7분 후엔 가셔도 좋습니다.” 지혈을 하며 잠시 헌혈의 집에서 대기하고 있던 세 명의 표정이 갑자기 밝아졌다. 헌혈 사은품을 고르는 시간이 왔기 때문. 장소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한양대점의 경우 영화예매권은 기본, 이 밖에 외식상품권과 패스트푸드점 상품권 등을 고를 수 있다. 눈빛 교환에 1초. "당연히 버O킹이지!”

헌혈증서 어떻게 사용할 건가요?


헌혈이 끝나면 헌혈상품, 헌혈증서, 영광의 반창고 세 가지를 들고 나올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단연 헌혈 증서다. 수혈이 필요한 누군가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수단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헌혈이 10번째 헌혈이라는 이재오 기자는 이때까지 받았던 모든 헌혈증서를 기부했다. “어디서 헌혈증서가 필요하단 얘기가 들리면 모아놨던 헌혈증을 전부 기부했어요. 제가 당장 급하게 쓸 일이 없다면 필요한 누군가에게 돌아가는 게 좋으니까요.” 다른 두 헌혈자도, 헌혈하지 못한 나머지 다섯 명도 “헌혈증서가 있다면 필요한 곳에 기부하겠다”고 입을 모은 것은 마찬가지. 일곱 명이 방문해 단 세 명 밖에 헌혈에 성공하지 못했지만 따뜻한 마음만은 확인한 셈이다.

“헌혈 다녀올게요!”라고 당당히 외쳤던 7인이지만 헌혈의 문턱은 생각보다 높았다. 하지만 좋은 교훈 두가지는 전달해줄 수 있는 경험이었다. ‘헌혈은 정말 쉽고 거리낌없이 다가갈 수 있다’는 것과 ‘헌혈에 있어 가장 중요한 점은 건강관리’라는 것.
▲혈액이 담겨있는 400ml 팩. 건강한 헌혈을 위해선 건강관리는 필수다.


 
글/ 박성배 기자        ppang1120@hanyang.ac.kr
사진/ 문하나 기자      
onlyoneluna@hanyang.ac.kr
사진/ 이재오 기자      
bigpie19@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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