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재 연구로 세계 배터리 석학이 된 선양국 교수
한국의 미래를 위해 세계 최고 기술을 만드는 것이 목표
차세대 배터리 연구에 성공하고파

'2022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HCR(Highly Cited Researchers, 이하 HCR)'에 선양국 에너지공학과 교수가 이름을 올렸다. HCR은 글로벌 조사분석기업 클래리베이트(Clarivate)가 과학 및 사회과학의 21개 특정 분야, 여러 영역을 다루는 교차 분야에서 선정한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이다. 선 교수를 포함해 한양대 교수 5인이 지난해 HCR에 선정됐다.

▲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HCR(Highly Cited Researchers)'은 과학 및 사회과학, 교차 분야서 지난 10년간 출판된 논문 중 인용 빈도가 가장 높은 논문을 작성한 세계 상위 1% 연구자를 의미한다.
▲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연구자 HCR(Highly Cited Researchers)'은 과학 및 사회과학, 교차 분야서 지난 10년간 출판된 논문 중 인용 빈도가 가장 높은 논문을 작성한 세계 상위 1% 연구자를 의미한다.

배터리는 드론, 로봇, 신재생 에너지, 전기차 등 우리 생활 전반에 쓰이기에 국가의 위상과 직결된 분야다. 선 교수는 배터리 연구의 우수성을 인정받아 주목받고 있다. 배터리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인 선 교수는 2022년까지 7년 연속 HCR로 선정돼 연구자로서 위상을 알리고 있다.

선 교수는 2차 전지 국내 1세대 연구자로 양극재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그 공을 인정받아 지난 5일 '2023 삼성호암상 수상자' 공학상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또한 지난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2022 국가연구개발성과평가 유공자로서 '과학기술훈장 웅비상'과 '2022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했다.

 

▲ 선양국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2차 전지의 양극재 연구로 7년 연속 HCR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 선양국 교수
▲ 선양국 에너지공학과 교수는 2차 전지의 양극재 연구로 7년 연속 HCR에 선정되는 쾌거를 거뒀다. ⓒ 선양국 교수

 

국내 대학 역사상 최대 규모 기술 이전의 주인공

양극재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용량과 평균 전압을 결정하는 주요 소재다. 선 교수는 지난해 양극재 연구로 LG화학에 수백억 원 규모의 기술 이전을 달성해 화제를 모았다. 이는 국내 대학 역사상 최대 규모다. 이전한 기술에 대해 선 교수는 "일반 양극재의 입자는 다각형이어서 수축과 팽창 시 양극재 구조가 깨질 수 있다"며 "양극재 입자를 다각형에서 막대형으로 변경하면 수축과 팽창을 반복해도 구조가 견고하다"고 설명했다.

선 교수는 지난 2009년 농도에 차이를 둔 '농도구배형 양극재'를 개발해 에코프로비엠, 포스코케미칼 등에 기술을 이전했다. 농도구배형 양극재는 양극재의 중심과 외부의 니켈 농도를 다르게 만드는 게 핵심이다. 선 교수는 "니켈 함량을 늘리면 자동차의 주행거리를 늘릴 수 있지만 화재 발생 위험이 커진다"며 "주행거리와 안정성을 모두 확보하고자 공 모양의 양극재 중심부에는 니켈 함량을 높이고 전해액과 닿는 주변부에는 니켈 함량을 낮췄다"고 말했다. 농도구배형 양극재는 현재 상용화돼 기아의 전기차 '니로' 등에 쓰이고 있다.

 

▲ 선 교수는 양극재의 중심과 외부의 니켈 농도를 다르게 해 농도구배형 양극재를 개발했다. 주행거리와 안정성을 모두 확보해 기술이전과 상용화에 성공했다. ⓒ 선양국 교수
▲ 선 교수는 양극재의 중심과 외부의 니켈 농도를 다르게 해 농도구배형 양극재를 개발했다. 주행거리와 안정성을 모두 확보해 기술이전과 상용화에 성공했다. ⓒ 선양국 교수

 

선 교수와 배터리 양극재 인연의 시작

선 교수의 배터리 양극재 연구는 2001년부터 시작됐다. 그는 원래 연료 전지를 연구하는 학자였다. 선 교수는 "연료 전지를 연구하며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음을 느꼈다"며 "배터리 분야가 향후 유망할 것 같았고 인류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연구 계기를 밝혔다.

배터리의 다양한 연구 분야 중 선 교수는 양극재 연구를 택했다. 그는 "내가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는 양극재 연구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선 교수는 2000년에 한양대에 부임한 이후 본격적으로 양극재에 몰두해 기존 양극재의 문제점 파악과 해결 방안을 연구했다.

 

▲ 선 교수는 자신의 직관을 통해 양극재 연구를 시작했으며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 선 교수는 자신의 직관을 통해 양극재 연구를 시작했으며 차세대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 게티이미지

 

항상 풍작일 순 없었던 연구 과정

선 교수는 국내 배터리 연구 1세대로서 순탄치 않은 연구 과정을 밝혔다. 그는 "한국 사회 특성상 인기 주제에 연구비가 집중된다"며 "예전에는 배터리가 인기 연구 주제가 아니어서 연구비 유지가 힘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력 확충 문제도 있었다"며 "몇 년 후 졸업하는 대학원생들은 고정적인 연구 인력이 아니기에 현실적으로 기술 축적이 쉽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 교수는 연구가 잘 안 풀리면 집 근처 뒷산에서 생각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 그는 "산에 가면 일단 기분이 좋아진다"며 "혼자 산을 걸으며 연구 과정을 다시 짚어보고, 새로운 영감과 자극을 얻고 온다"고 말했다.

 

선 교수의 연구 철학, “한국을 위해 세계 최고의 기술을 만드는 것”

선 교수는 한국이 배터리 연구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천연자원보유국이 아니기에 세계에서 가장 좋은 기술을 만들어야 한다"며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자 우리 연구팀은 밤낮으로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목표는 세계 최고의 양극재와 차세대 전지를 만드는 것이다. 선 교수는 "지금보다 더 좋은 양극재를 개발하고 싶다"며 "배터리 성능 향상을 연구해 현재 자동차 주행가능거리보다 더 늘리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리튬이온 전지보다 더 좋은 차세대 전지도 개발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선 교수는 화재 위험이 낮은 '전고체 전지', 리튬이온 전지보다 수명이 긴 '리튬메탈 전지' 연구에 매진하고 있다.

 

▲ 선 교수는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선양국 교수
▲ 선 교수는 차세대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개발해 한국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 선양국 교수

선 교수는 진로 고민을 하는 한양인에게  "미래 기술에 대한 좋은 직관으로 수요가 많은 분야에 진로를 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지난해 한양대 대학원은 배터리공학과를 신설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업무 협약을 맺어 취업 연계도 가능하니 관심을 두길 바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선 교수는 조언을 전했다. "창의성과 열정을 갖고 새로운 길을 개척하려는 도전 정신이 경쟁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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