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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인공지능(AI)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을 정도로 우리는 이미 일상 속에서 인공지능 기술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인공지능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머신러닝 분야를 연구 중인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노영균 교수는 의학 부문에 이를 접목해 질병 진단 기술을 발전시키는 등 머신러닝의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글. 박영임 | 사진. 손초원

 

‘머신러닝’은 21세기의 과학혁명

온라인에만 접속해도 인공지능은 우리의 구미가 당길만한 쇼핑 아이템을 추천해 주고, 내비게이션은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을 안내해 준다. 이런 일은 모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스스로 사고하는 인공지능의 ‘머신러닝’ 같은 기술 덕분이다.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노영균 교수는 머신러닝을 말 그대로 ‘기계가 데이터로부터 정보나 지식을 배우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설명은 간단하지만 머신러닝은 과학의 발전을 앞당겨준, 그야말로 획기적인 기술이다.

“머신러닝은 20세기 초 일반상대성 이론이나 양자물리학이 새로운 과학적 인식의 틀을 제공하며 일으킨 과학혁명에 비견할 만합니다. 기계가 인간처럼 학습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개념이니까요. 현재도 관련 학회에서는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머신러닝 기술은 이제 적용되지 않는 산업 분야가 없을 정도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노영균 교수는 “데이터를 취급하는 분야라면 모든 분야에 머신러닝 기술을 도입할 수 있다”며 “각종 스마트기기는 물론, 고객을 응대하는 챗봇, 공장이나 기반시설 등 다양한 산업계로부터 지대한 관심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제 인공지능 없이는 산업의 발전을 논할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중에서도 의료 부문은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아 많은 진전을 보이는 분야이다. 노영균 교수는 지난해 11월 메이오클리닉 소화기 내과 Patrick Kamath 교수, Vijay Shah 교수, 안철하 전임의 등의 저명한 연구자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하는 가운데 ‘머신러닝을 이용한 간 질병 분류’ 연구를 간 관련 대표 학회인 AASLD에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미국 간 학회 연례학술대 회(AASLD Liver Meeting)에서 ‘영예의 포스터 발표물(Poster of distinction)’에 선정됨과 동시에 학회에서 주목할 만한 발표들만 엄선한 ‘간 학회 최고의 발표 모음집(the Best of the Liver Meeting’s summary slide deck)’에도 수록되는 등 학계의 큰 주목을 받았다.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노영균 교수
컴퓨터소프트웨어학부 노영균 교수

머신러닝으로 간 질환 진단을?

“알코올성 간염과 담관염은 서로 다른 질환이지만 우상복부 통증과 담즙 정체성 간수치 이상, 전신의 염증 반응 등 임상적으로 비슷해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특별한 검사를 진행하지 않고, 내원해 진행하는 통상적인 검사 결과에 머신러닝 기술을 적용해 정확히 진단하면 환자에게 보다 신속하게 적절한 처치를 할 수 있지요.”

이것이 바로 노영균 교수가 간 질병 분류 기술을 개발한 이유이다. 미국 내 종합병원 평가 순위에서 5년 연속 1위, 특히 소화기내과 30년 연속 1위를 차지하며 세계 최고의 병원으로 인정받고 있는 메이오클리닉은 지난 2010년부터 2019년 사이 총 460명의 알코올성 간염 환자와 담관염 환자에 대한 후향적 연구를 수행하며, 백혈구(WBC)와 헤모글로빈(Hgb), 평균 혈구량(MCV), 혈소판(Plt), AST, ALT, 알칼리성 포스페이테이스(AP), 총 빌리루빈(Tb), 직접 빌리루빈(Db), 알부민(Alb)의 10가지 통상적 실험실 변수를 수집했다. 노영균 교수는 이들 변수를 7개의 지도 학습 머신러닝 알고리즘에 적용해 간 질병을 분류하고 중요한 예측 변수의 조합을 찾아내는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알코올성 간염과 급성 담관염을 구분하는 데 평균 86.5~93.6%의 정확도를 보였다. 이는 137명의 전문의를 포함한 의료진이 평균 72%의 정확도를 보인 것에 비해 최대 20%P 이상 높은 수치이다. 이렇게 머신러닝 기술을 활용하면 환자의 이력이나 정밀한 영상의학적 검사가 없는 상황에서도 알코올성 간염과 급성 담관염을 구분할 수 있다. 또한 본 연구를 통해 어떤 변수들을 어떻게 조합했을 때 진단에 더 유용한지도 추정이 가능하다.

노영균 교수는 2019년에도 을지대 을지병원 외 공동연구팀과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 예측 모델을 개발하기도 했다.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은 무엇보다 의료진의 신속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데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적용해 전자의무기록(EMR) 자료를 분석, 급성 관상동맥 증후군 의심환자를 85% 이상 예측했다. 그리고 지난 1월에는 경희대치과병원 연구팀과 인공지능을 기반으로 제 1대 구치를 활용한 연령대 추정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를 이용하면 대규모 재해·재난 사고 시 사망자 신원을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

머지않아 의사들은 일상적으로 인공지능을 활용해 환자를 진찰하게 될 것이다. 노영균 교수의 일련의 연구 성과들은 의료진들에게 인공지능의 효용성을 입증해주는 중요한 연구 사례다.

머신러닝과 의학의 접목 가능성은 무한대

그동안 노영균 교수는 의료진들과 다수의 공동연구를 진행해왔다.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설계하는 연구자로서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를 원하는 연구자와의 공동연구 진행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다. 평소 다양한 분야의 연구자들과 교류하는 것을 좋아한다는 노영균 교수는 그러한 교류 속에서 자연스럽게 공동연구의 파트너를 만나게 된다고 말했다.

“기계학습의 바람직한 연구 방향은 공동연구입니다. 개발한 알고리즘이 유용하게 사용될 응용 문제를 찾아내야 해요. 공동연구 시 신뢰 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력과 인성에 대한 신뢰를 쌓는 과정이 필요하죠. 의사들의 경우 오랜 기간 모은 데이터를 공유하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합니다.”

한국신용정보원에 따르면, 국내 인공지능 시장규모는 2018년 1조700억 원에서 2019년 1조5000억 원으로 증가했다. 또 2025년까지 연평균 38.4% 성장해 10조510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게 급성장 중인 인공지능 시장에서 의료 부문에 접목해 발전할 수 있는 분야는 실로 무궁무진하다.

“의료 부문에서 머신러닝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은 질병 진단 외에도 다양합니다. 처치 후 결과를 예측하거나 영상판독 및 처방전 분석에 활용할 수도 있어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건강보험관리공단의 데이터를 분석해 보건정책을 수립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최근 단백질 접힘 문제를 해결한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폴드(AlphaFold)’처럼 유전자 및 단백질 관련 연구에도 중요하게 사용되고 있습니다.”

알파폴드와 같은 연구 결과의 출현으로 머지않아 인공지능 분야 연구에서 노벨상이 나올 수 있다는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인공지능이 인류의 발전에 중요한 요소이자 많은 연구자의 흥미를 끄는 분야라는 반증일 것이다. 노영균 교수가 새로운 전환점을 만들 알고리즘 연구에 힘쓰는 한편, 머신러닝 분야를 이끌어갈 후학 양성에 힘쓰는 이유도 이와 같다. 오래도록 꺼지지 않는 그의 연구실. 그 불빛이 또 어떤 길을 만들어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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