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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치열한 전쟁이 끝날 날은?

눈에 보이지 않는 코로나 바이러스가 전 지구를 유례없는 혼란 상태에 빠뜨렸다. 백신 보급으로 머지않아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협에서 벗어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렸지만, 또 다른 감염병들의 출현은 계속될 것이다. 이제 우리의 뉴노멀은 바이러스와의 슬기로운 공존을 모색하는 것이다.

글. 박영임 | 사진. 손초원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1년

중국 우한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 것이 2019년 12월의 일이니, 인류가 코로나 바이러스와 사투를 벌인 지도 어느새 1년이 넘었다. 사실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바이러스의 출현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역사의 주요 변곡점마다 흑사병, 천연두, 콜레라, 스페인독감 같은 감염병이 있었다. <총, 균, 쇠>의 저자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질병은 인간을 죽게 만드는 가장 큰 요인인 동시에 역사를 변화시키는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독 2000년대 들어 2003년 사스, 2009년 신종플루, 2015년 메르스 등 주기까지 맞추며 신종 감염병들이 활개를 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김봉영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첫째, 바이러스나 세균은 살아남기 위해 계속 진화를 합니다. 그리고 인간의 생활행태가 변하고 있는 점도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해외여행이 증가하고 국가 간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전파 기회도 증가하는 거죠. 또한 산림 개발 등으로 인간과 접촉이 없었던 동물과의 접촉을 통해 새로운 감염원을 얻는 경우도 있습니다. 미생물에 대한 진단 기술이 발전한 것도 신종 감염병 증가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입니다.”

의학과 김봉영 교수(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의학과 김봉영 교수(한양대학교병원 감염내과)

이번 코로나19도 야생동물에서 사람에게로 바이러스가 전파된 인수 공통 감염병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한 국제적인 인적 교류가 긴밀하다 보니 전 세계로 순식간에 확산하는 것을 막지 못했다. 결국 지난해 3월 WHO(세계보건기구)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포하기에 이르렀는데 이는 1968년 홍콩독감, 2009년 신종플루에 이어 사상 세 번째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자체의 전파력이 특별히 높은 것은 아니지만 무증상 또는 자각 증상이 없는 상태에서 활발한 바이러스의 배출이 일어나기 때문에 같은 코로나 바이러스 계열로 인한 질환인 사스, 메르스보다 확산을 차단하기가 훨씬 어렵습니다. 게다가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바이러스라 인류 전체가 이 바이러스에 대한 면역력이 없어 위협적이었죠.”

감염병 바로 알기

바이러스는 동물이나 식물 등 다른 생명체(숙주)에 침투해 증식하는데 혈액, 비말, 공기, 오염된 물이나 음식 등 다양한 경로로 전파되며 피부, 간, 폐 등 기생하는 위치도 제각각이다. 비말을 통해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진 코로나19의 경우 발열, 권태감, 기침, 호흡 곤란, 폐렴 등 다양한 호흡기 감염증을 일으킨다. 김봉영 교수는 병원균이 침투하는 것만으로는 증상이 발현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외부에서 미생물이 우리 내부에 침투하면 우리 몸을 방어하기 위해 면역체계가 작동하는데, 이러한 면역체계가 미생물(항원)과 싸우는 과정에서 염증 반응이 발생하게 됩니다. 우리가 느끼는 감염병에 따른 증상들은 이러한 염증 반응의 결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즉, 기침, 발열 같은 염증 반응은 우리 몸에서 유해한 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면역체계가 병원균과 싸움을 벌이는 중이라는 의미다. 하지만 염증 반응이 과도하면 목숨까지 잃을 수 있다. 감염병 발현의 시작은 미생물의 침투이므로 철저한 예방 수칙 준수가 필수적이다.

“감염병뿐 아니라 모든 질환은 예방이 가장 중요합니다. 특히 외부에서 미생물이 침투해 발발하는 감염병은 손 씻기나 마스크 착용, 기침 예절 같은 개인위생을 잘 지켜야 합니다. 기침 예절은 코로나19가 아니어도 병원균 전파를 막기 위해 꼭 지켜야 하는 수칙입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는 보균자가 기침을 할 때 튄 침방울에 접촉된 손으로 무심코 눈을 비비거나 코를 만지는 경우 몸 안에 침투되므로 특히 손을 자주 씻어야 한다. 김봉영 교수는 인간의 모든 외부와의 접촉이 손을 통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손 위생 관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팬데믹을 예견한 영화로 유명한 <컨테이젼>도 악수 등 인간의 손을 통해 바이러스가 전 세계로 퍼지는 과정을 보여주며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줬다.

바이러스, 피할 수 없다면 예방

국내에서는 지난 2월 코로나19에 대한 백신 접종이 시작됐다. 김봉영 교수는 감염병 예방을 위해 백신 접종의 중요성도 언급했다. WHO가 1980년 공식적으로 박멸을 선포한 천연두도 백신 덕분에 사라진 것이다. 하지만 유례없는 팬데믹으로 전 세계를 셧다운 시킨 코로나19도 천연두처럼 종식될 수 있을지 일상으로의 복귀가 요원해 보이기만 하다.

“전 세계가 다 함께 2~3주 동안 모든 활동을 멈춘다면 더 이상의 바이러스 전파를 막을 수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죠. 또한 코로나 바이러스는 변이가 잘 되는 특성을 갖고 있어 완전한 박멸은 어려워 보입니다. 시간이 지나면, 인플루엔자처럼 겨울이 되면 어련히 유행하는 감염병 정도로 받아들이는 날이 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를 박멸하기는 어려울 테니 코로나 바이러스와의 공존을 받아들이는 것이 진정한 의미의 종식이 될 것이라고 덧붙이는 김봉영 교수. 이미 코로나19는 팬데믹을 넘어 엔데믹(endemic,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변화할 것이라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19에 대한 막연한 공포감에서 벗어나 백신과 치료제로 바이러스를 통제하며 슬기롭게 공존하는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바이러스를 마냥 인간에게 해로운 존재로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칼 짐머는 <바이러스 행성>이라는 책에서 ‘오래된 동료’라고 칭하며 바이러스와 공생하는 길을 제안한 바 있다.

“사실 우리 몸은 미생물로 뒤덮여 있습니다. 피부나 구강 및 위장관 내 수많은 세균과 같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 몸의 미생물을 통해 감염병이 발병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피부 표면에 미세한 상처가 났을 때 피부의 포도알균이 체내에 침투하는데 그러면 해당 부위가 붓는 거죠. 이것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연조직염(봉와직염)입니다.”

알고 보면 감염병의 병원균이 꼭 외부에서 침투하는 것도 아니라고 말하는 김봉영 교수. 그러니 감염병은 인류가 피할 수 있는 대상이 아니다. 앞으로도 생각지도 못한 감염병이 인류를 덮칠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바이러스와의 공생을 꾀해야 하는 것일까.

“인류 역사상 감염병으로부터 자유로웠던 시기는 없습니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속속 출현하고 있어 감염병도 계속 발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 몇 차례 겪어봤으니 평소 예방 수칙을 준수하면서 생활하고, 이번과 같은 감염병 대유행 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사회적 합의를 잘 이뤄야죠. 그리고 이러한 감염병 대응에 있어 국가 차원의 필수 인력이라 할 수 있는 감염내과 전문의를 비롯한 감염병 전문가 인재 육성 지원에도 힘써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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