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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 치열한 전쟁이 끝날 날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전 세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우리나라는 탁월한 K-방역으로 해외의 호평을 받았다. 그 중심에는 신속한 진단으로 감염병의 확산을 막은 ㈜씨젠의 진단키트가 있었다. ㈜씨젠의 천경준 회장(전자공학 66)을 만나 세계적인 감염병 진단 기술력과 활약상에 대해 들었다.

글. 오인숙 | 사진. 손초원
 

■ 지구촌 뒤덮은 공포의 바이러스

코로나19는 인류의 건강과 일상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 오프라인 만남과 생활은 어느새 많은 부분 온라인으로 전환됐다. 코로나19가 끝난 후에도 이전의 삶으로 일부는 돌아가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코로나19는 전파력이 매우 높아 순식간에 확산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각 나라에서 방역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좀처럼 확산세가 줄어들지 않고 있어요. 다행히 한국은 코로나19 진단시약을 신속히 개발하고 공급해 확진자 판정에 큰 도움을 주었고, 국민도 방역 당국의 지침을 잘 따르고 있어 미국이나 유럽만큼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천경준 회장은 현재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가 속속 공개되고 있음에도 영국발, 남아공발 등 많은 변이 바이러스가 등장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다. 실시간으로 변이와 변종 바이러스의 발생을 모니터링하고 있는 ㈜씨젠은 신속히 변종바이러스 진단키트를 개발하여 세계인의 일상이 하루속히 안정화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주)씨젠 천경준 회장
(주)씨젠 천경준 회장

전 세계를 위협하는 감염병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 ‘진단’, ‘방역’, ‘치료’, ‘백신’이라는 네 가지 요소가 잘 어우러져야 한다. 그중 진단이 첫 번째다. 질병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단해야 방역대책을 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조기 진단으로 환자를 격리하는 것이 전염병의 확산을 막는 지름길임은 말할 나위 없다. 화재는 초기에 진화해야 피해가 적듯이 질병도 초기에 진단해 확산을 막는 것이 효과적이란 뜻이다.

“백신이 나오면 더 이상 진단이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독감처럼 백신과 치료제가 존재하더라도 증상의 정확한 진단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또 백신의 대량접종으로 집단면역이 생기기 전까지는 마스크 착용과 손 씻기로 감염을 예방하고, 확진자를 신속히 가려내 질병의 확산을 막아야 합니다.”

■ 코로나19 팬데믹 속 눈부신 활약

㈜씨젠은 국내 코로나19 발생 초기에 PCR 진단키트를 개발해 K-방역의 시작을 함께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에 의한 질병이 집단 발생한 것은 2019년 12월 말이다. ㈜씨젠은 중국발 바이러스의 국내 전염을 우려해 2020년 1월 16일 자체적으로 코로나19 진단시약 개발을 시작했다.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보고된 것이 1월 20일. 감염의 확산을 우려해 신속한 제품 개발을 목표로 전사의 개발역량을 집중한 결과, 코로나19 진단키트 개발을 완료해 2월 7일 ‘유럽체외진단시약인증(CE-IVD)’을 획득한 데 이어 2월 12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의 사용승인 허가를 받았다.

천경준 회장은 개발 당시의 상황을 전쟁이 터진 비상시국에 비유하며 “직원들이 교대 근무를 하며 하루 24시간 제품 개발에 몰두했다”고 회상했다. 3월부터 국내 코로나19 감염자가 대폭 증가하면서 진단키트의 물량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다. 생산량 급증으로 임직원과 연구원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생산을 도왔다. 포장박스를 접고, 라벨을 붙이는 등 백병전을 벌이듯 전 직원이 달라붙어 전투를 벌인 결과, ㈜씨젠은 국내에서 사용한 코로나19 진단키트의 약 70~80%를 공급했을 만큼 국내 확진자 판정에 크게 기여했다.

“한 명의 생명이라도 더 구하기 위해 모든 직원이 애국심을 가지고 일했습니다. 저희의 원칙은 국내 우선 공급입니다. 해외에서 물량을 달라고 아우성쳐도 국내 공급 후 수출했어요. 그럼에도 수출 물량이 워낙 많아 생산량의 95%가 세계 60여 개국에 공급됐습니다. 항공편이 없어 대통령 전용기를 보내 진단키트를 싣고 간 나라도 있어요.”

새로운 바이러스를 찾아내는 진단시약을 가장 빨리, 오류 없이 정확하게 만드는 ㈜씨젠의 역량은 세계적 수준이다. 어느새 ㈜씨젠의 검사 기법은 세계의 표준이 됐다.

“새로운 진단시약 개발은 결국 속도 싸움입니다. 변이 속도보다 개발 속도가 빨라야 합니다. 지난 20년간 분자진단 기술 분야를 연구해 수많은 특허를 보유한 ㈜씨젠은 앞으로 어떤 바이러스가 출현해도 자체 기술로 최단 시간 내에 진단키트를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갖췄습니다. 인류의 건강을 보호하고 일상을 지킬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저희의 미션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선 기술력으로 전 세계에 진단키트를 수출하고 있는 ㈜씨젠은 창립 20주년을 맞은 지난해 매출 1조1000억 원을 달성했다. 최근에는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독감의 원인이 되는 Flu A, Flu B 등 총 5종의 바이러스를 한 번의 검사로 검출할 수 있는 진단키트를 개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이와 함께 올 1월에는 최근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영국발, 남아공발, 미국발, 브라질발 변이 바이러스를 한 번에 잡아낼 수 있는 진단키트 개발에 성공했다. 이는 세계 최초로, 전 세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큰 도움이 될 전망이다.

(주)씨젠이 개발한 진단키트 이미지.
(주)씨젠이 개발한 진단키트 이미지.

■ 기여하는 삶의 가치

㈜삼성전자, ㈜씨젠 등에 40년 이상 몸담은 천경준 회장은 “기업이 충분한 매출과 이익을 내기 위해서는 경쟁력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좋은 인재를 확보하여, 남보다 앞선 기술과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합리적인 경영과 정도경영을 펼쳐야 한다”며 “기업이 적자 경영을 해선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한다. 회사 하나가 망하면 실업자 양산은 물론 주변 점포와 식당이 문을 닫고, 국가의 세수가 줄어드는 등 엄청난 손실을 주기 때문이다.

기업가의 삶을 살며 천경준 회장은 언제나 ‘기여하는 사람’이 될 것을 가슴 깊이 새겨왔다. 그렇기에 학교 후배나 사회에서 인연을 맺은 선후배, 친구, 동료, 회사 직원들에게도 벤처기업, 중소기업, 지방기업 등 어떤 회사, 어느 자리에 있든지 대한민국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역할을 해달라는 당부를 잊지 않는다.

“모두가 자신의 자리에서 조직과 회사, 나라와 인류에 기여하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내가 회사를 키우겠다는 마음으로 일하는 것이 결국 나와 가족, 나라와 인류에 기여하는 방법입니다. 편하고 안정적인 삶만 찾기보다는, 나라를 성장시킬 수 있는 기업활동에 도전해보길 바랍니다.”

천경준 회장은 이런 자신의 생각이 모교인 한양대학교의 건학이념 ‘사랑의 실천’과도 연결된다고 설명한다. 그는 대한민국 상장 기업 CEO 중 한양대 출신이 가장 많다는 점을 지적하며 우리나라의 산업발전에 가장 많이 기여한 학교 출신이라는 데 큰 자부심을 나타냈다.

‘기여하는 사람’으로서 지난 2000년부터 매년 조금씩 한양대에 기부해온 천경준 회장은 지난해 말 학교 발전기금으로 100억 원을 전달했다. 20여 년간 120억 원이 넘는 기부금을 모교의 발전과 후학 양성을 위해 후원한 것이다. “우수한 인재를 길러내고, 좋은 연구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곧 나라를 성장시키는 방법이기에 결국 대한민국에 기부한 셈”이라고 말하는 천경준 회장. 나라와 인류에 대한 그의 사랑이 한없이 넓고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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